SK그룹 최태원 회장, 역대 최대 위자료 판결

최근 항소심 재판부가 최태원 SK그룹 회장에게 1조3808억원에 달하는 재산 분할과 20억원의 위자료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에게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이는 1심에서의 위자료 금액보다 20배 증가한 수치로, 재판부는 최 회장의 '유책 행위'를 상세히 지적했습니다.

재판부는 최 회장이 동거인인 김희영 티앤씨재단 이사장과의 관계를 2008년 11월 이전부터 시작했다고 판단했습니다.

김 이사장이 2008년 11월 이혼한 점과 최 회장이 같은 시기에 노 관장에게 보낸 자필 편지에서 "내가 김희영에게 이혼하라고 했다. 모든 것이 내가 계획하고 시킨 것"이라고 밝힌 내용이 근거가 되었습니다.

재판부는 이 편지 내용을 혼인 관계의 유지와 존속을 결정지을 정도로 중요하고 결정적인 증거로 보았습니다.

이와 함께 최 회장이 김 이사장을 과거 횡령 사건의 공범인 김원홍 전 SK해운 고문을 통해 취직시킨 사실도 공개되었습니다.

재판부는 노 관장이 2009년 5월 암 진단을 받은 사실을 근거로, 최 회장의 행동이 노 관장에게 정신적 충격을 주었을 것이라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최 회장이 2015년 김 이사장과의 혼외 자녀의 존재를 외부에 알리는 과정에서도 유책 행위가 있었다고 지적했습니다.

노 관장과 혼인 관계가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김 이사장과의 공개적 활동을 지속한 점을 들어, 최 회장이 헌법이 보호하는 일부일처제를 전혀 존중하지 않았다고 질타했습니다.

재판부는 소송 초반 최 회장이 경제적 지원을 하다가 2019년 2월부터 신용카드를 일방적으로 정지시키고 1심 이후에는 현금 생활비 지원도 중단했다고 지적했습니다.

또한, SK이노베이션이 노 관장이 서울 종로구 서린빌딩 퇴거를 요구하는 소송을 내면서 김 이사장과 티앤씨를 설립하는 데 상당한 돈을 출연한 점도 노 관장에게 정신적 고통을 줬다고 판단했습니다.

재판부는 최 회장이 별거 후 김 이사장과 생활하면서 최소 219억원 이상의 지출을 했고, 한남동에 주택을 지어 김 이사장에게 무상 거주하게 하는 등 다양한 경제적 이익을 제공한 점을 근거로 1심 위자료 1억원은 너무 적다고 판단했습니다.

재판부는 "최 회장은 최소 십수 년간 이러한 태도와 행위를 통해 노 관장의 배우자로서의 권리를 현저히 침해했고 지속적으로 이어진 고의적 유책 행위로 노 관장에게 발생한 손해배상은 이뤄져야 한다"고 판시했습니다.

재판부는 이례적으로 SK의 성장사를 상세히 검토하며, 노 관장의 부친인 고(故)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자금이 SK그룹으로 흘러 들어간 정황을 인정했습니다.

서울고법 가사2부는 "1991년경 노 전 대통령 측으로부터 원고의 부친 최종현에게 상당한 자금이 유입됐다고 판단했다"며 "최종현 선대 회장의 본래 개인 자금과 함께 노 전 대통령의 유형적 기여가 있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태평양 증권 인수 과정이나 SK 이동통신사업 진출 과정에서 노 전 대통령이 최종현에게 일종의 보호막·방패막 역할을 한 것"이라며 "그 이후에도 노 전 대통령의 유·무형적 기여가 있었다고 판단된다"고 설명했습니다.

재판부는 1991년 최종현 회장이 노 전 대통령에게 발행한 50억원짜리 약속어음 6장, 총 300억원 어치의 약속어음을 언급하며 "300억원이 최종현의 태평양 증권 주식 인수를 비롯해 선경기업 경영에 사용됐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번 판결은 최태원 회장의 유책 행위에 대한 강한 경고와 동시에, 노소영 관장의 권리를 보호하는 중요한 판례로 남을 것입니다.

또한, SK그룹의 성장과정에서 노태우 전 대통령의 기여를 인정한 점은 향후 기업 경영과 관련한 법적 분쟁에서 중요한 참고 사례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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